“아버지, 이 건물은 제가 물려받는 거죠?”
민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창밖만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습니다.
“민수야.”
“네.”
“내가 죽으면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아느냐?”
민수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상속 정리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역시 내 아들이구나.”
민수는 아버지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다음 말에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부터 팔아라.”
“네?”
민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장사를 하며 어렵게 건물 한 채를 마련했습니다.
민수에게 그 건물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밤늦게까지 일했던 이유였고,
가족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그 건물을 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왜요?”
아버지는 서랍에서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냈습니다.
표지는 닳아 있었고 모서리는 해져 있었습니다.
“이걸 읽어봐라.”
민수가 노트를 펼쳤습니다.
첫 장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고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살아간다.’
민수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이런 걸 왜…”
아버지가 말을 끊었습니다.
“나는 네게 건물을 물려주려고 평생 일한 게 아니다.”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네가 건물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날 밤 아버지는 민수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버지도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젊었을 때 사업에 실패했고, 가진 돈을 모두 잃었습니다.
친구들은 떠났고 사람들은 그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비웃었습니다.
그때 그의 아버지, 즉 민수의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돈을 잃었다고 네 인생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네 손에 기술이 있고, 머리에 지혜가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말 하나가 아버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일했습니다.
조금씩 돈을 모았고,
결국 작은 가게를 마련했고,
수십 년 뒤에는 지금의 건물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민수는 노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제가 이 건물을 물려받는 것보다…”
“그래.”
아버지가 조용히 웃었습니다.
“네가 다시 건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 거다.”
며칠 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를 마친 민수는 아버지의 뜻대로 건물을 매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미쳤어? 아버지가 평생 모은 건물을 왜 팔아?”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돈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도 실패했습니다.
세 번째에는 빚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의 노트를 펼쳤습니다.
‘실패한 사람과 실패한 인생은 다르다.’
민수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사업은 조금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민수는 자신의 아들에게 낡은 노트를 건넸습니다.
아들이 물었습니다.
“아빠, 이게 뭐예요?”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남긴 유산이란다.”
아들이 노트를 펼쳤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남기는 가장 큰 재산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네가 스스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다.”
민수는 그제야 아버지가 왜 건물을 팔라고 했는지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것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건물이 사라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을 남긴 것입니다.
탈무드의 지혜가 오래도록 전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자녀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계신가요?
돈입니까?
집입니까?
아니면 그것들이 모두 사라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입니까?